굿바이, 아이폰4

from 소소한 일상 2013.06.04 08:30



 지난 토요일, 대학동기가 나오는 연극(정말 최악이었다.)를 보고 함께 잠실을 가기위해 한양대 지하철역 입구에 있는 육교에 올랐다. 느긋한 마음으로 올라가는데 갑자기 호기심이 생겼다. '여기서 티거 사진을 찍으면 괜찮겠지?' 가방에서 허겁지겁 인형을 꺼내고 이리저리 구도를 잡으면서 사진을 찍어보았다. 사진은 괜찮게 나오는데 뭔가 부족하다. 그것은 바로 이 아이 자세는 좋은데 항상 시선이 하늘을 향해 있다는 점이다. 다음 사진은 육교위에서 찍기로 했다. 티거가 카메라 앵글을 제대로 보기 위해 오른손 엄지로 티거 목을 누르고 위치를 잡기위해 핸드폰을 친구에게 맡기면서 아이폰4의 앞모습은 그렇게 끝나게 되었다.

 이 구도면 잘 나오겠다, 하고 티거를 올려 놓은 동시에 갑자기 뒤에서 툭!하는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검은 아이폰이 육교 바닥에 휑하니 누워있었다. (하도 많이 떨어뜨려서 익숙해서 그런지) 아무렇지 않게 전화기를 들어보고 상태를 확인하니 다행히 괜찮았다. 다행이다...하는 안심한 마음을 가지고 앞면을 슬쩍 들춰봤다. 앞유리는 뒷면의 이미생긴 균열에게 보란듯이 산산히 금이 가있었다. 이렇게 아이폰4에 대한 나의 마음은 끝이났다.

 아이폰에 대한 내 이야기를 짧게 해보자면 이렇다. 나는 아이폰4를 2010년 10월부터 써왔다. 내가 맥북 흰둥이에 이어 두번째로 써보는 애플제품 이었고, 처음부터 지금까지 좋았던 녀석이었다. 약 2년8개월간 써오면서 아이폰을 구매한것에 대한 후회는 한 번도 한적이 없었고 행복하였다. 하지만 나는 이 아이를 한 순간 떠나보냈다. (충격이 꽤 컸는지) 평소에 짜증을 많이 나는 나였지만 이 날은 유난히 담담하였다. 그렇게 나는 바로 다음날 아이폰5를 구매하였다. 검정색에 대한 지겨움이었는지 아니면 아이폰4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빨리 잊고 싶어하였는지 몰라도 색상은 하얀색을 선택했다. 

  오늘 수업을 마치고 아이폰4를 반납하기 위해 잠실역 대리점에 들렸다. 날씨가 더워 물을 마시던 도중 그 아이 화면위에 물 한방울이 떨어졌다. 그 한 방울 물은 아이폰4가 작별을 결심한 한 방울 눈물같았다. 나는 애석했지만 그 녀석을 대리점 직원 손에 맡기고 뒤돌아섰다. 지금은 빠르고 새련된 아이폰5보다 느리지만 오랜기간동안 나에게 설레임을 안겨주고 기쁘게 해주던 아이폰4가 그립다.

굿바이, 아이폰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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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

from 소소한 일상 2013.05.26 23:29

 

아이폰 블랙과 까만 젖소의 만남


 나는 아이폰, 아니 아이폰4를 쓴다. 요즘에는 아이폰에 대한 인기가 수그러들었지만 , 2011년 출시 당시만 해도 사고자 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아서 아이폰을 빨리 손에 얻기 위해서는 예약을 해야만했다. 나는 망설이고 있다가 예약을 해서 37차로 아이폰을 손에 잡게 되었다. 사람들은 아이폰을 두고 동영상을 보기에 화면이 작고 불편한 점이 많은 스마트폰이라 말한다. 하지만 나는 화면은 작아도 사용하기에 불편함이 없는 아이폰을 좋아한다.

 아이폰을 갖기 전에는 피처폰과 아이팟 터치를 썼었다. 전화나 문자를 할 때와 음악을 들을 때, 두 기기를 따로 써야 하는 것이 너무 불편했던 나는 정말 가능하다면 두개를 강력본드로 붙여버리고 싶었다. 그런 와중에 아이폰4가 출시된다는 뉴스가 나오기 시작했고, 결국 나는 아이폰4를 쓰게 되었다.

 생각을 더듬어보니 아이폰이 나를 떠난 적은 없었다. 술을 먹어 정신이 혼미해질 때도 아이폰은 항상 나와 함께 있었다. 그렇게 1년이 지났을 무렵, 새 아이폰을 받고 싶다는 욕심에 그때까지 사용하던 아이폰을 떠나보내게 되었다. 그 자리는 리퍼폰이라는 이름을 가진 새로운 아이폰으로 대체되었다. (내가 떠나보낸 그 녀석도 결국은 분해되어 새로운 리퍼폰으로 태어났겠지...) 그이후로 지금까지도 줄곧 이 아이폰을 써오고 있다.

 충분한 애정을 받지 못한 전자제품들은 고장으로 항거한다는데 나는 이 아이폰에 애정을 듬뿍 주고있다. 아이폰은 나의 사랑을 받은 덕인지 아무런 고장도없이 내가 원하는 어플을 실행시키고 전화와 문자를 전송해준다. 더군다나 술을 먹거나 정신이 없어도 아이폰은 나를 떠나지 않고 주변에 맴돌면서 나와 함께해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나는 아이폰을 바닥에 자유낙하 시키는 일이 잦아졌다. 아이폰의 등에 생긴 작은 균열은 떨어뜨리는 횟수가 많아지면서 작은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사태에 이르렀다. 아이폰은 나의 애정이 식었다고 판단했는지, 점차 실행 속도를 늦추면서 나의 부주의에 경고를 보냈다. 특히 이 녀석은 페이스북을 실행할때마다 튕기고는 하는데, 마치 관심있는 남성과 밀고 당기는 새침때기 여자를 보는듯 하다. 

 2년이 넘어가면서 애정이 떨어진건지, 아니면 이놈의 밀당에 나도 질려버렸는지 새로운 이성을 찾아 떠나고픈 마음이 불쑥 불쑥 튀어오른다. 카페에 앉아 유난히 눈에 띄는 이성을 훔쳐보듯 아이폰5를 쓰는 사람을 볼 때마다 그 손에 눈길이 간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아이폰4에 대한 애정이 남아있기에 나의 외도는 이 녀석의 튕김에 대한 일시적인 반항으로 보고싶다.

 잠자리에 들기전 나의 옆에 누워있는 아이폰에게 말을 걸어본다. 힘들지? 오늘도 수고했어. 오늘은 그만 쉬어. 아이폰이 나의 말을 듣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오히려 이 녀석은 반대로 나에게 말을 거는 것 같다. 오늘도 나를 쳐다보느라 수고했어. 잘 때만이라도 내 손을 벗어나렴. 

스마트폰으로 우리 삶이 정말로 스마트해졌는지 의문이 드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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